4. 내가 시계를 자주 보는 그 시간, 데이터로 파헤쳐본 인지의 함정
1. 문제 정의
요즘 이상하게도 오후 4시 44분이라는 시간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계를 볼 때마다 유독 그 시간이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특정 시간대를 더 자주 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뇌가 어떤 패턴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 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2. 가설 설정
(1) 인지 편향 가설
한 번 어떤 숫자를 의식하게 되면, 뇌가 그 숫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잘 기억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확증 편향'과 유사하다.
(2) 주의력 하락 시간대 가설
평일 오후 4~5시는 퇴근 직전으로 집중력이 저하되고 지루함이 몰려올 수 있는 시간대다. 이때 시계를 자주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4시 44분’을 본 기억은 대부분 회사에서였고, 회사에 가는 날(평일)이 더 많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가설이 맞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3) 의미 있는 숫자 가설
11:11, 12:34, 4:44처럼 반복적이거나 패턴이 있는 숫자는 뇌가 더 특별한 정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숫자들은 기억에 더 잘 남고, 실제보다 더 자주 본 것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다.
3. 데이터 기반 검증 방법
이번 글에서는 세 가지 가설 중, 주의력 하락 시간대 가설(가설 2번)에 집중해서 검증해보기로 했다. 오후 4시대에 스마트폰 화면을 자주 켜는지 여부를 다른 시간대와 비교하고, 평일과 주말 간에도 차이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본다.
(1) 화면 켜짐 횟수 수집 (iPhone 기준)
- 설정 → 스크린 타임 → "모든 활동 보기" → ‘화면 켜짐 횟수’ 확인
- 스크린샷으로 기록
4. 결론
이번 분석에서는 4~5시 사이에 휴대폰 화면을 유의미하게 자주 켠 패턴은 확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퇴근 이후인 6시 이후에 화면을 자주 켠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주의력 하락 시간대 가설보다는 인지 편향 가설이나 의미 있는 숫자에 대한 인지적 민감성 가설이 더 가능성이 높은 설명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시간을 보기 위해 화면을 켠 경우와 단순히 앱 사용이나 알림 확인을 위한 경우를 구분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남는다. 만약 이러한 맥락을 구분하거나, 화면 켜짐의 목적에 따라 데이터를 분류할 수 있었다면 보다 정교한 분석과 해석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외에도 앱 사용 로그, 화면 켜짐 후 머문 시간 등 부가적인 정보가 함께 있었다면, 실제 ‘시계 확인 행동’을 더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