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트럼프의 관세는 미국에서 제조업을 키울 수 있을까?
들어가며 - 강해지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최근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미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요국들과 협상을 통해 일부는 유예되고 있지만, 모든 나라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습니다.
- 미국의 관세는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할 것이다.
- 미국의 물가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제 이 두 가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례로 살펴보기
1. Bath & Body Works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소비재 기업은 글로벌 관세 인상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향초·퍼스널케어 브랜드인 Bath & Body Works는 전체 제품의 약 80%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10여 년에 걸쳐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해온 덕분에, 대다수 제품에 수입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습니다.
공급망을 살펴보면, 중국산 원자재는 약 10%, 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지역 조달분은 약 7%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관세 인상에 따른 직접적인 비용 상승 압박이 제한적입니다. 설령 일부 원자재나 포장재에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Bath & Body Works는 부담을 상대적으로 잘 흡수할 수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습니다.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경쟁업체들은 관세로 인해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Bath & Body Works는 국내 생산 기반을 활용해 가격 인상 없이 경쟁 우위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판매가를 올리거나, 이익률을 희생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경쟁업체들도 점차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게 되면, 미국 내 제조원가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Bath & Body Works는 관세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잘 관리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생산 비용 증가 압박은 피할 수 없습니다.
2. 현대자동차·현대제철
현대자동차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기 위해 약 21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동시에 현대제철도 자동차 강판 공급을 위해 약 60억 달러를 투자해 루이지애나에 자동차 강판 전용 공장을 신설할 계획입니다. 이는 관세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생산 거점을 아예 현지화하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조립 공장만 미국에 세운다고 해서 관세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원자재 현지 조달입니다.
대표적으로 철강은 자동차 제조의 필수 소재입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로 인해 미국 내 철강 가격이 급등했고, 포드는 약 1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자동차도 미국 내 차량 생산 시, 철강을 한국 등에서 가져오면 관세 부담이 발생하고, 미국산 철강을 구매하면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 현지 생산이 반드시 더 저렴할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현대제철이 건설하는 루이지애나 강판 공장은 연 180만 대 분량의 강판을 생산할 수 있어,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 목표(연 120만 대)를 초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이는 관세로 인한 원자재 수급 리스크를 줄이고, 동시에 미국의 친환경 소재 정책에도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은 완성차에 부과될 관세를 피하는 데는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부품·원자재까지 현지화하지 않으면 관세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습니다. 또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는 향후 무역 정책 변화나 시장 수요 변동에 따라 큰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실제 숫자로 최종 판매 비용 계산하기
시나리오
- 미국에서 원자재 구매 → 미국에서 생산 → 미국에서 판매
- 해외에서 원자재 구매(관세 부과) → 미국에서 생산 → 미국에서 판매
- 해외에서 완제품 구매(관세 부과) → 미국에서 판매
각 경우별로 총원가를 계산하고, 20% 마진을 적용해 소비자 가격을 산출합니다.
기본 가정
먼저 각 요소별 비용과 관세율, 마진율을 설정합니다.(python으로 작성되었습니다.)
foreign_raw_material_cost = 10 # 해외 원자재 가격
domestic_raw_material_cost = 20 # 미국 원자재 가격 (미국산은 더 비싸다고 가정)
domestic_manufacturing_cost = 15 # 미국 제조비 (미국내 제조비가 더 비싸다고 가정)
foreign_manufacturing_cost = 10 # 해외 제조비
transportation_cost_foreign = 5 # 해외 -> 미국 운송비
domestic_distribution_cost = 3 # 미국 내 유통비
tariff_raw_material = 0.25 # 원자재 관세율 25%
tariff_finished_goods = 0.25 # 완제품 관세율 25%
margin_rate = 0.20 # 마진율 20%(1) 미국 100% 생산
원자재: 미국산 (관세 없음)
제조: 미국
유통: 미국 내
➔ 관세 부담 없음
cost_case1 = domestic_raw_material_cost + domestic_manufacturing_cost + domestic_distribution_cost
price_case1 = cost_case1 * (1 + margin_rate)(2) 원자재 수입 후 미국 생산
원자재: 해외 (관세 부과)
제조: 미국
유통: 미국 내
➔ 원자재에만 관세 적용
imported_raw_material_cost = foreign_raw_material_cost * (1 + tariff_raw_material)
cost_case2 = imported_raw_material_cost + domestic_manufacturing_cost + domestic_distribution_cost
price_case2 = cost_case2 * (1 + margin_rate)(3) 완제품 수입 후 미국 판매
완제품: 해외에서 생산
운송: 해외→미국
관세: 완제품 전체에 25% 부과
finished_product_cost = foreign_raw_material_cost + foreign_manufacturing_cost
imported_finished_product_cost = finished_product_cost + transportation_cost_foreign
tariff_on_imported_product = imported_finished_product_cost * tariff_finished_goods
cost_case3 = imported_finished_product_cost + tariff_on_imported_product
price_case3 = cost_case3 * (1 + margin_rate)결과
(1) 미국 100% 생산: $45.60
(2) 원자재 수입 후 미국 생산: $36.60
(3) 완제품 수입 후 미국 판매: $37.50
- 관세가 적용되어도 미국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 있음
결론
관세는 공급망을 재편하게 만들 수 있지만, 원자재 가격, 제조비, 운송비, 관세율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실제 경쟁력이 나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변수의 값을 변화하면서 특정 변수가 얼마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미국의 관세 정책은 미국 내 제조업 성장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조립을 넘어, 원자재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하나의 국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제약이 생깁니다. 이는 불가피하게 비효율성과 비용 상승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저렴한 생산거지를 찾아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불리해지는 것이지, 미국 내 생산 기업이 절대적으로 우월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관세 정책에 휘둘리기보다는, 관세가 미치는 구체적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